39. 이참정 태발에게 답함


  편지를 받아보니 화엄경(華嚴經)에서 말한 중중법계(重重法界)가 결코 헛된 말이 아니라고 하니 이미 헛된 말이 아니라면 반드시 인정(分付)하신 곳이 있었을 것이며 스스로 긍정하는 곳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것을 읽고 오랫동안 찬탄하였습니다.

  사대부가 평소에 배운 바가 생사(生死)와 화복(禍福)을 만났을 때 손발을 다 드러낸 자가 십중팔구(十中八九)입니다.

  그 행한 일을 살펴보건대 서너너덧 집 되는 촌의 하릴없는 놈에게 부귀(富貴)와 빈천(貧賤)이 그 마음을 어지럽게 할 수 없는 것과 같지 못합니다.

  이것으로 비교해 보건대 지혜는 어리석음만 못하고 귀함은 천한 것과 같지 못한 사람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생사화복(生死禍福)이 드러나면 거짓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참상공(大?相公)은 평소에 배운 바가 이미 행한 일에 드러났으니 화복(禍福)을 만날 때에 순금이 불에 들어가면 더욱 밝게 되는 것과 같으며 또 결코 화엄경(華嚴經)에서 말한 중중법계(重重法界)가 단연코 헛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 반드시 다른 생각은 내지 마십시오. 그 나머지 (마음이) 어지러울 때에 혹은 역경(逆境)과 순경(順境), 혹은 바름과 삿됨도 또한 다른 것이 아닙니다.

  원컨대 그대는 항상 이와 같이 관(觀)하십시오.

  나도 또한 그 가운데에 있으니 다른 날에 열반의 물가에서 서로 만나 미래에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어 중중법계를 성취하여 이 일을 실천한다면 어찌 작은 도움이리요.

  다시 모름지기 주석(註釋)을 내리니 지금 이러한 말은 우언(寓言)로 사물을 지시한 것이란 생각을 일으키지 마십시오. 한번 우스개 소리를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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