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인선인(印禪人)에게 주는 글


  참구하는 요점은 자기 자신이 아침저녁을 가리지 말고 일삼아서, 오래도록 언제나 여기에 생각을 두어야 한다. 스스로 살피다 보면 단박에 정식(情識)이 끊어지고 사량 분별이 사라져 하루아침에 통 밑이 빠진 듯하리라. 마음 위에서 다시 마음을 보지 않는데, 부처 위에 어찌 부처 지음을 빌리겠는가. 크게 쉰 경지를 얻어서 텅 비어 한가롭고 고요하며, 모양 없고 함이 없으며 집착 없고 머뭄이 없다.

  조사의 말씀은 결코 다른 일을 밝혔던 것이 아니라, 이른바 몸과 마음의 본래 성품이 공(空)인 줄을 알면 이 사람이 부처와 무엇이 다르랴 하는 점이다. 다만 스스로 몸소 참구하여 결국 깨달아 들어갈 곳이 있게 되면 다시 증거를 받아야 한다. 바로 이것이 일을 마친 사람이니, 자세히 살펴보라.

  만학하는 초참 납자가 잠시 참구하려 하나 더듬어 들어갈 곳이 업으므로 선덕(先德)이 자비를 베풀어 고인의 공안을 들게 한다. 이는 대개가 법도를 시설하여 미친 듯이 멋대로 헤아리는 그들의 마음을 잡아매어 알음알이를 쉬게 하여 한결같은 경지에 이르게 하려 한 것이다. 단박에 밝히기만 하면 마음은 밖에서 얻는 것이 아니니, 지난날의 공안은 주인을 부르는 초인종에 불과하다.

  방거사가 마조대사에게 “만법과 짝하지 않는 이는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묻자, 마조스님은 “그대가 한 입에 서강의 물을 다 마신다면 말해 주리라”라고 대답했다. 다만 고요 묵묵히 침착하게 살핀 뒤에 들어보라. 오래 하다 보면 꼭 귀결점을 알게 되리라. 만약 말로 설명하고 주해한다면 알음알이만 더할 뿐, 이 법문의 해탈경계로 들어갈 인연이 없게 된다. 진실로 믿고 또 믿어서, 깨달음을 목표로 삼을지언정 더디고 늦는 것을 걱정하지 말라.

  병고가 몸에 있으면 마음을 잘 거두고 바깥의 경계에 흔들리지 말아야 된다. 마음속에서도 생각을 일으키지 말고, 생사의 일은 크며 죽음[無常]은 신속하다는 것을 항시 염두에 두어 잠시도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된다. 화[嗔心] 한 번 내더라도 3업(三業)에 있어선 큰 허물이 되니 혹시 좋거나 싫음이 있더라도 절대로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한다. 항상 자기를 비우고 마음을 바르게 해서 밖에서 와서 부딪히는 것을 마치 빈 배나 뒹구는 기왓장처럼 보면, 외물과 내가 모두 고요하여 마음이 요동하지 않는 경지에 도달하리라. 깊이깊이 생각하라.
,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