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종대사(從大師)에게 주는글(筠州 黃檗山에 머물다)


  납승이 안목을 갖추고 행각한다면 반드시 본분의 종지와 향상의 수단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철두철미하게 적나라하여 수행의 단계를 설정하지 않고 곧바로 초월해 올라가서 털끝만큼도 막힘이 없어야 큰 해탈의 금강왕인(金剛王印)입니다. 수만 가지로 얽힌 경계와 수천 성인이 벌려놓은 백억의 단서를 열어제낄 수 없는 곳에서 마침내 수용하도록 해야만 합니다.

  닿는 곳마다 몸 벗어날 요결이 있음과 사물마다에서 티끌의 자취를 끊고 벗어남과 온 몸이 통째로 눈이 되는 사람과, 온 세계가 가두지 못하는 사람과 잡든지 놓든지 간에 털끝만큼도 새는 것이 없는 사람과, 용과 호랑이처럼 달리고 번개가 치고 바람이 휘돌 듯 하는 사람도, 더듬고 찾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무심히 호호탕탕하여 어리석은 듯하니, 어찌 다시 선(禪)을 조작으로 이해하여 가는 곳마다 기관 작용과 맞닥뜨려 싸우며 어구(語句)를 설명하여 주해를 내며, 살과 뼈에다 찰싹 붙이고, 향상이니 향하를 따지고 일삼을 것이 있네 없네 하면서 종풍을 매몰하겠습니까. 그러므로 말하기를 “저 체득한 사람은 무심한 경지만을 지킬 뿐이다”하였던 것입니다. 말해 보십시오. 그들은 어떤 도리를 체득하였는지를.

  만일 바늘 꿰맨 틈만큼이라도 유무, 득실과 아견(我見)과 아해(我解)가 있다면 목숨의 뿌리[命根]가 찔릴 것입니다. 그러므로 맹렬한 불무더기와도 같아서 가까이하면 얼굴을 태워버리고, 금강검과도 같아서 머뭇거리면 몸과 목숨을 잃어버린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역대의 조사들이 세상에 나와서 이것만을 들고서 만 길 절벽을 세우셨습니다. 이미 큰 근기를 갖추었다면 다른 사람에게 속지 말고 이제껏 의지해왔던 밝고 어두움의 두 갈래를 그 자리에서 벗어야 합니다. 놓아버리고 믿어서 고정된 형식 없이 살아 움직여야 합니다. 툭 트이게 깨끗이 다하고서 옛부터 불조가 함께 증득한 것을 알아차리고 걸머지면 생사를 말끔히 벗어남에 티끌과 분명함을 함께 부수는 것이 어찌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이리해야만 진정한 본분납자라 할 만하니, 이미 여기에 뜻을 두었다면 알아서 도모해야 됩니다.
,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