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조상인(祖上人)에게 주는 글


  조상인은 덕산에서 찾아와 오랫동안 이 일에 힘을 썼다. 그러나 장산(蔣山)의 나[佛果]를 본들 어찌 두 종류의 불법이 있겠느냐. 가령 보따리를 걸머지고 왔다면 낭패를 볼 것이며, 보따리를 걸머지고 오지 않았다면 반드시 몸 바꿀 곳을 알아야 한다. 요즈음 남자들은 누구나 도처 총림에서 종장에게 묻고 참구한다. 그러나 하나라도 실제로 깨달아 본분의 경지에 도달하여 완전히 쉬어서 안온한 자리에 간 사람을 찾으려 해도 실로 그러한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대장부가 고향을 버리고 떠나서 본분존숙(本分尊宿)의 곁에 이미 있으면서, 더더욱 부지런히 힘을 다하여 갖가지 인연을 지은 것이 모두가 분수 바깥은 아니며 행각을 매각(昧却)하지 않았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실제를 살피는 데 있어서는 요컨대, 반드시 옛부터 내려오는 일이 있고, 위로부터 즐비하게 수많은 조사들이 서로 계승하였음을 알아야 한다. 덕산스님과 임제스님에 이르러선 ‘방’과 ’할‘을 행하면서 천만 종류의 방편을 지었으나, 종국에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을 하게 하려 하였겠는가? 모름지기 큰 코끼리가 강을 건너듯이 번뇌의 물길을 끊고 지나가서 끝내 의심의 장애가 없어야 하니, 이것도 오히려 옛부터 내려오는 일이라 칭할 수는 없다. 도인은 서로 만나도 드러내 보이지 말고 몽둥이로 돌장승의 머리를 쳐야지 책자 위에서 동쪽 서쪽을 가리켜서는 안된다. 그러니 비록 이렇다 하더라도 벌써 허물이다. 덕산으로 돌아가 주지에게 이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주고, 그가 어떻게 그대를 위해 증거해 주는지 지켜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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