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증소윤(曾少尹)에게 드리는 글


  불조의 오묘한 도는 오직 각자 사람들의 근본 위에 있으니, 실로 본래 청정명묘한, 무위무사의 마음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비록 오랫동안 정성을 들였는데도 진실을 살피지 못하는 까닭은 무시이래의 총명과 영리함과 지혜로운 성품으로 조작하는 것이 많아 거기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마음을 텅 비고 한적하며 안정되게 하여 오래도록 담담여여(湛湛如如)하여 변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 반드시 크게 편하고 즐거울 기약이 있을 것입니다. 근심스러운 것은 푹 쉬어버리지 않고 밖으로 찾아 총명을 부리는 것입니다. 이야말로 본래 있는 성품이 마치 금강처럼 견고하여 영원토록 잠깐사이도 끊긴 적이 없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하겠습니다. 만약 녹여서 쉬어버린 지가 오래되면 갑자기 통 밑이 빠져버린 듯하여 자연히 안락해지겠지만, 선지식을 찾아서 이론만을 넓게 지니려 한다면 더더욱 멀어만 집니다. 다만 매섭고 영리한 근성으로 매섭게 스스로 끊고 스스로 버려야, 깨달아 들어갈 곳이 있어 스스로 알게 됩니다. 이미 알고 난 뒤는 안다는 것마저도 세우지 않아야만 비로소 진실청정한 경계에 나아가게 됩니다.

  공이 도에 계합한 밖을 가지고 짐짓 억지로 말하노니, 테두리 바깥을 관조하십시오.
,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