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촉(蜀) 태수 소중호(蘇仲虎)에게 드리는 글


  큰 법은 본래 평상하기 때문에 영리한 근기가 정밀하고 민첩하게 관통하는 데 있는 것이니, 총명으로 안 것 가지고 쉽게 깨달아 들어감을 삼지 마십시오. 매양 근심스러운 것은 알음알이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니, 이윽고 이 근원에 빠져 따지면 따질수록 더욱 멀어져 깨칠 수 없습니다.

  만약 일체에 평상한 마음이면 마음이라 할 것도 끝내 얻을 수 없어서, 싹 다 없어지면 원명한 본성이 뒤섞인 그대로 완전하여 조작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뭇 흐름을 절단하고 깊이 증득하여 지나치거나 모자라는 곳이 없게 됩니다. 그리하여 천진(天眞)스런 기요(機要)에 나아가니 이른바 “착수하는 마음에서 바로 결판내야 하리라”고 한 것입니다.

  일상 생활하는 사이에 항상 있는 그대로 이루어지게 하면 어찌 크게 안정되지 않겠습니까. 옛사람이 마음을 깨달았다 한 것도 이 마음을 깨달은 것이며, 방편을 드러낸 것도 이 방편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로부터는 설사 만세가 지나더라도 움직이지 않고 그저 무심한 경지만 지키면서, 초연히 홀로 체득하여 다시는 상대가 없습니다. 상대가 있다면 양쪽이 생겨서 갑자기 너와나, 이익과 손해가 있게 되어 참된 경지를 밟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시 일보 전진하여 한 법도 세우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뒤에야 편안히 안주하여 본래인(本來人)을 분명히 보게 됩니다. 가슴 속의 물건을 떨어 버리고 눈앞의 일마저도 잃어버려, 전체로 안온하여 영원히 물러서지 않게 됩니다. 두려움 없는 방편을 얻어 이로써 뭇 중생들을 제도할 수 있으니, 정말로 오래도록 서로 끊임없이 해야만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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