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여학사(呂學士)에게 드리는 글


  초조 달마스님이 양나라에 와서 무제(武帝)를 뵙고 그 자리에서 정수리 위의 하나[一着子]를 썼으나 무제는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지금까지 팔뚝을 걷어붙이게 하고 그 뒤로 상당한 사람들이 진흙과 물 속에 빠져 헤매게 되었습니다. 그의 발자취를 더듬고 헤아리면서 백천 갈래로 다르게 알음알이를 냅니다. 핵심은 꿈에서도 보지 못하고 그저 기연 위에서 기연을 내고, 견해 위에서 견해를 낼 뿐입니다.

  그 때문에 말하기를 “칼은 멀리 떠나버렸는데 그대는 이제야 칼 떨어진 뱃전에 표시를 하고 있구려” 하였던 것입니다. 당시에 달마 오랑캐놈을 동강내버렸더라면 다른 사람에게 누를 끼치는 데는 이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른바 “은혜를 알아야만 은혜에 보답할 줄 안다”한 것입니다. 자, 어떻게 해야만 그를 동강낼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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