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정선인(淨禪人)에게 주는 글


  정도인(淨道人)이 입실했을 때 의심하던 것에 대해 마침내 묻기를, "이 일은 무엇 때문에 종사들이 이쪽저쪽을 사람에게 많이 제시합니까?"하였다. 이 말을 살피건대, 본분에 의거하여 끊는다면 어찌 군더더기가 있으랴.

  그러나 방편을 드리우는 쪽에서는 들어갈 길을 찾는 것을 귀하게 여긴 것이니, 애써 나누기는 했으나 뜻은 실제로 두 종류가 아니다. 그대는 듣지도 못했느냐. 어떤 스님이 조산(曹山) 스님에게 묻기를, "옛사람은 저쪽 사람[那邊人]을 이끌어주었는데, 학인이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가르쳐 주십시오"라 하였다. 조산스님은 말하기를 "뒤로 물러나 자기에게로 나아가라. 그러면 만에 하나도 잃지 않으리라"라고 하자, 그 스님은 깨달은 바가 있었다.

  이는 이른바 "낚시 바늘 끝의 뜻을 알아차릴지언정 저울 눈금을 잘못 읽지는 말라"한 것이니, 다만 현실[今時]을 극진히 다 하고서 향상(向上)의 일을 알아차리게 하려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현실이란 것을 어떻게 해서 극진히 하여 다다를 수 있을까? 다만 당사자가 정신을 바짝 차려 반연의 티끌을 떨쳐버리는 데 달려 있을 뿐이다. 곧바로 가슴 속을 말끔히 씻어버려, 가는 터럭이라도 남겨 두지 않아 철두철미하게 환히 비워서 고요해야 하니, 빼어난 지식으로 알음알이를 짓는 것을 무엇보다 조심해야 한다.

  본래면목에 상응하게 되면 자연히 스스로 깨달아 완전히 안온한 경지를 얻을 수 있을 터인데, 어찌 종이 위에다 말로써 설명할 수 있는 것이겠느냐. 스스로 착안해 보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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