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사선인(思禪人)에게 주는 글


  일체 만법은 모두 자기에게 위배됨이 없어 곧바로 투철히 벗어나 한 덩어리를 이루니, 시작 없는 때로부터 다만 이러할 뿐이다. 단지 당사자가 스스로 위배할까 걱정일 뿐이다. 억지로 취사하는 마음을 내면 하릴없는 데서 일을 만들어 그 결과 쾌활하지 못하다.

  그러나 만약 밖으로 반연을 끊고 안으로 자기라는 견해를 잊을 수 있다면 외물이 그대로 나이며, 내가 그대로 외물이다. 사물과 내가 하나여서 탁 트여 경계[際]가 없어지면 하루 종일 무엇을 하든지 간에 모두가 만 길 절벽에 서 있는 듯 하리라. 그러니 어느 곳에 허다한 수고로움이 있으랴.

  구참들을 볼 때마다 그들은 정신을 응집하고 관조를 맑게 한지가 오래되어, 비록 어떤 들어갈 곳이 있긴 해도 문득 한 기틀 한 경계를 단단히 부여잡고 뽑아내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이게 바로 큰 병통이다. 요컨대 녹이고 놓아버려 스스로 크게 쉴 곳을 얻어야만 옳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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