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천상인(泉上人)에게 주는 글


  법을 묻는 데는 본성을 보아 이치를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 알음알이를 잊고 작용[照]을 끊어 가슴을 깨끗이 해야 하니, 마치 어리석고 우둔한 듯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우열을 다투지 말아야한다. 조금이라도 맞서거나 거슬림이 있으면 다 끊어버려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를 오래하면 자연히 함이 없고 하릴없는 경지에 이르리라.

  그러나 털끝만큼이라도 일부러 함이 없게 하려 하면 벌써 일이 생겨 버린다. 파도 하나가 움직이면 모든 파도가 따라서 움직이는데, 어찌 끝날 기약이 있으랴. 바로 이럴 때 죽음이 찾아와 손발을 허둥대는 까닭은 씻은 듯 말숙하게 벗어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것만은 확실히 하면 자연히 시끄러움 속에서도 물같이 고요하리니, 어찌 자기 일을 결판내지 못할까 근심하랴.

  "시비가 있기만 하면 어지러이 마음을 잃으리라"고 한 이 한 구절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내게 하였다. 만일 애초에 끊어버린다면 위음왕불 저쪽으로 훌쩍 벗어날 것이요, 이 말에 끄달려 간다면 정말로 어지러워지리라. 반드시 스스로 회광반조(回光返照) 해야만 하리라.

  여래선(如來禪)과 조사선(祖師禪)이 어찌 두 가지랴. 어리석음을 면치 못하여, 각자 검고 흰 것을 나누어 크게 어긋나버린 것이다. 사리(事理)의 기봉(機鋒)을 일시에 끊어버림이 바로 정결한 공을 치는 것이다. 확실한 곳을 알았느냐! 놓아버리고 보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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