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영상인(瑛上人)에게 주는 글


  이 일은 당사자의 예리함에 달려 있으니, 이미 알아차려 짐을 걸머졌으면 자기의 근본이 있음을 알고 더욱 우뚝 서서 홀로 행해야만 한다. 모름지기 알음알이를 끊고 작용[照]을 떠나 확연히 텅 비고 고요하게 해서 한 법도 얻을 만한 게 없어야만 하며, 모든 인연을 끊어버리고 쇄쇄낙락하여 완전히 안온한 경지에 도달하여 물샐 틈 없이 면밀하게 해야 한다.

  이른바 만길 절벽에 서 있는 듯 높고 우뚝한 경지인 것이니, 그런 뒤에 다시 돌아와서 속세에 뛰어들어 중생을 제접해야 한다. 애초에 나라는 생각[我相]이 없는데, 어찌 성색(聲色)에 맞고 거슬리는 경계와 마군이니 부처니 하는 경계가 있으랴!

  가장 곤란한 일은 등한하게 아무 뜻도 없이 있던 자리에서 갑자기 끌려들어가 휘둘리는 것이니, 그러면 곧 허물을 짓는 것이다. 반드시 끊임없이 지켜서 조작으로 치달리지 말게 해야 한다. 그러기를 오래하면 한 덩어리를 이루어 쉴 곳이 되리라. 그런 뒤에 다시 향상의 행리를 알아야 하니, 옛사람은 말하기를, "자리에 앉아 옷을 입은 다음에, 스스로 살펴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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