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실상인(實上人)에게 주는 글


  옛사람은 이 큰 일을 생각하여 심산유곡에 있으나 그것에 잠시도 어긋나지 않았다. 바깥 경계와 인연을 만나면 물질[色]이든 소리[聲]든 행동이든 베풂이든 그것을 모두 자기의 본분으로 되돌렸으니, 투철히 깨달은 옛사람과 행적이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근본이 견고하여 경계의 바람을 따라 움직이지 않았다. 고요하고도 편안하여 성인이니 범부니 하는 알음알이에 떨어지지 않고 곧바로 완전하게 쉬어서, 자기 자리를 얻고 옷을 입었다.

  지금 그대는 고향으로 돌아갔으니, 옛사람이 빈 틈 없이 간파해버리듯 할 수만 있다면 종산(鐘山) 방장스님이 백추를 치고 불자를 든 일과 나아가 세 가닥 서까래 아래 일곱 자 떨어진 단(單) 앞에서 정진하는 일에까지 무엇이 다르랴.

  만일 조금이라도 어긋남이나 끊어짐이 있으면 전혀 관계없는 곳에 들어간다. 갈림길에 임하게 되거든 부디 이 말을 기억하고, 뒷날 앞길에서 거꾸로 헤아리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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