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서울을 떠나는 자문거사(自聞居士)를 전송하면서


  어떤 길로 왔느냐? 만일 배를 타면 물의 형세를 알아서, 노를 들어 물결을 갈랐을 것인데, 무엇 때문에 간곡하게 애써 알려주겠는가. 자신이 한 번 휘저으면 그만인 것을. 그렇기 때문에 바람 같고 번개 같아서 따졌다 하면 천리만리 동떨어지니, 빼어난 부류만 제접할 뿐 어리석은 놈과는 상대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해에 낚시를 드리우는 것은 사나운 용을 낚으려 함이며, 격식을 벗어난 현묘한 기틀은 선지식을 찾기 위함이다.

  이 종지를 통달하고 나면 일체의 세간과 출세간이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본다. 낱낱이 처음부터 끝까지 꿰뚫어 문득 몸과 목숨을 버릴 줄 알고 천차만별한 경계에서도 편안하여 요동하지 않는다. 설사 바람 같은 칼날을 만난다 해도 꿈쩍도 안하며, 가령 독약을 마신다 해도 몹시 한가롭고도 한가롭다. 만일 실천하며 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대명천지에 해와 달이 걸리듯 크게 통달하여 자유롭게 출몰할 수 있으랴. 이 경지는 원래 앞뒤가 없으니, 곧바로 향상의 관문을 열어 제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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