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인선인(印禪人)에게 주는 글


  도는 깨달아 통달함에서 오니, 깨달음에는 입지(立志)가 우선이다. 갖가지로 매어 있는 범부로부터 훌쩍 뛰어 성인의 세계에 곧바로 깨달아 들어가려는 것이 어찌 작은 인연이랴! 진실로 철석같은 마음을 가지고 생사의 흐름을 끊어 본래의 바른 성품을 알아차려야 한다. 티끌만치도 속이나 밖에 법이 있음을 보지 않고 가슴 속을 텅 비워 아무 걸림이 없으면 하는 작용마다 모두 근본 속에서 흘러나온다.

  근본이 이미 확실하면 일체의 사물을 굴릴 수 있는데, 이를 '금강의 바른 몸'이라고 말한다. 한 번 얻으면 영원히 얻는데 어찌 밖에서 구할 것이 있으랴. 그러므로 옛 스님은 말하기를, "이 종지는 그 오묘함을 얻기가 어렵다"고 했으니, 부디 자세하게 마음을 쓰는 가운데서 정인(正因)을 단박에 깨달아야 티끌세상의 계급과 구덩이를 벗어난다.

  옛 스님들은 강을 사이에 두고 부채를 흔들기도 하고 포단의 실오라기를 불기도 하다가 문득 계합(契合)할 기연(機緣)이 트이는 수가 있었다. 나아가 문득 입을 막아버리고 방망이로 등허리를 때리기도 했으며, 통 밑이 빠지는 것처럼 풀리기도 했다. 이는 오래도록 전일하게 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홀연히 깨달은 것이니, 어찌 밖에서 얻었겠는가. 모두가 스스로 증득하고 스스로 깨달음에서 온 것이다.

  대매(大梅)스님이 마조스님에게 질문하여 "마음 그대로가 부처다[卽心卽佛]"라는 말을 듣자마자 문득 깨달음의 문지방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이로부터 산에 머물렀다. 후에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다[非心非佛]"라고 한 마조스님의 말을 듣고 바로 말하기를, "이 늙은이가 사람을 놀리는구나. 이래가지고야 어느 때 마칠 기약이 있겠는가. 그대는 비심비불이지만, 나는 즉심즉불일 뿐이다"라 하였다. 이는 물을 거슬리는 파도가 있어 마조스님의 허물을 간파해버림이 아니겠느냐.

  약산스님이 대중에게 말하였다.
  " 나에게 한마디가 있는데, 송아지가 새끼를 낳으면 그때 가서 그대들에게 말해 주겠다."

  당시에 그냥 놓아 보내지 않았더라면 그에게 "참선하는 납자가 낭패로군"하고 말해 주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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