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양노두선인(良蘆頭禪人)에게 주는 글


  금색두타(金色頭陀 : 가섭)는 계족산(鷄足山)에서 오랜 겁 동안 앉아 있고, 달마스님은 소림에서 9년을 면벽하였으며, 조계(曹溪)스님은 사회현(四會縣)에서 사냥꾼을 따라다녔고, 대위(大  : 위산)스님은 깊은 산 속에다 암자를 세우고 10년을 지냈다. 대매(大梅)스님은 한 번 안주하자 인적을 끊었고, 무업(無業)스님은 대장경을 열람하였으며, 옛 성인은 7일 밤낮을 발돋음질하면서 부처님을 찬탄하였고, 상제(常啼)보살은 수개월 동안 심장과 간을 팔았으며, 장경(長慶)스님은 앉아서 일곱 개의 방석을 뚫었었다.

  이는 모두가 이 하나의 큰 인연을 위해서 그런 것으로, 그 뜻이 가상하니 영원토록 후학들의 표준이 될 만하다. 그들의 몸을 긴 선상 위에 놓는다 해도 역시 그윽한 마음으로 몸소 참구할 뿐이다. 다만 마음과 생각을 맑고 조용하게 하여 어지럽고 시끄러운 곳에서도 훌륭하게 공부를 하였는데, 공부를 할 때에는 철두철미하여 실낱만큼도 빠짐없게 하였다. 전체가 있는 그대로여서 다시는 나라든가 혹은 남이라든가 하는 견해를 일으키지 않는다. 오직 이 하나의 큰 기틀을 자유자재하게 운용될 뿐인데, 다시 무슨 세제(世諦)니 불법이니를 말하랴.

  오래도록 한결같이 평등하게 간직하다 보면 자연히 서 있는 자리가 실제의 확고한 자리로서 바로 이것이 그대 양상좌(良上座)가 계합한 곳이다. 물이 물로 들어가고 금에다 금을 올리듯, 한결같이 평등하여 맑고 참되리니, 이것이 바로 살 궁리할 줄을 아는 것이다. 다만 한 생각도 내지 말고 또렷또렷하도록 놓아버려 옳고 그름, 나와 남, 얻고 잃음 등이 조금이라도 있기만 하면 그것을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낮이 다하고 밤이 다하도록 자기 참 선지식을 몸소 참구하는 것이니, 어찌 이 일을 끝내지 못할까 근심하랴. 스스로 살펴보기를 간절히 바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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