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참청參請(1) 예배하고 법을 물음

  그 무렵 지상이라는 한 스님이 조계산에 와서 큰스님께 예배하고 사승법四乘法의 뜻을 물었다.
  지상이 대사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삼승三乘을 말씀하시고 또한 최상승最上乘을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는 알지 못하겠사오니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혜능 대사가 말씀하셨다.
“너는 자신의 마음을 보고 밖으로 법의 모양〔法相〕에 집착하지 말라. 원래 사승법이란 없다. 사람의 마음이 스스로 네 가지로 나누어 법에 사승이 있을 뿐이다. 보고 듣고 읽고 외움은 소승이요, 법을 깨달아 뜻을 앎은 중승이며, 법에 의지하여 수행함은 대승이요, 모든 법을 다 통해서 모든 행을 갖추어 일체를 떠나지 않되 오직 법의 모양을 여의고 지어도 얻은 바가 없는 것을 짓는 것이 최상승이다. 승乘은 행한다는 뜻이지 입으로 다투는 것에 있지 않다. 너는 오직 스스로 닦고 나에게 묻지 말라.”

  그 무렵 지상이라는 한 스님이 조계산에 와서 큰스님께 예배하고 사승법四乘法의 뜻을 물었다.
  지상이 대사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삼승三乘을 말씀하시고 또한 최상승最上乘을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는 알지 못하겠사오니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혜능 대사가 말씀하셨다.
“너는 자신의 마음을 보고 밖으로 법의 모양〔法相〕에 집착하지 말라.
  ‘삼승’이니 ‘최상승’이니 하는 것은 이름입니다. 이름 가지고 ‘있다’고 보고 물으니까 ‘네가 법상에 집착해 있다. 그러니 삼승을 보려면 네 마음을 보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 그리고 법상에 집착하지 말라. 그 이름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신 겁니다.

  원래 사승법이란 없다. 사람의 마음이 스스로 네 가지로 나누어 법에 사승이 있을 뿐이다.
  우리 마음 속에는 사승법이 없어요. 다만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나눈 겁니다.

  보고 듣고 읽고 외움은 소승이요,
우리가 경전을 독송하는데 아무 의미도 모르고 하는 것이 소승입니다.

  법을 깨달아 뜻을 앎은 중승이며,
또 법을 깨달아 뜻을 아는 것이 중승이라 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깨닫는다〔悟〕’는 깨닫는 게 아니고 뜻을 아는 것입니다.

  법에 의지하여 수행함은 대승이요, 모든 법을 다 통해서 모든 행을 갖추어 일체를 떠나지 않되 오직 법의 모양을 여의고 지어도 얻은 바가 없는 것을 짓는 것이 최상승이다.
  사승을 다 얘기했습니다. 단순히 견문 독송하는 것은 소승이다. 법의 뜻을 이해하는 것은 중승이다. 법을 의지하여 수행하는 것이 대승이다. 최상승은 ‘모든 법을 다 통했다’고 했는데, 무슨 말이냐?
  모든 법이 ‘실체가 없고 공이기 때문에 평등하다’ 이렇게 아는 것을 말합니다. 똥이나 금이 평등한 것을 아는 것이죠. 그리고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평등하고, 부자나 가난한 사람도 평등하고, 장애인이나 비장애인도 평등하고, 모든 것이 평등함을 아는 것이 만법萬法을 통하는 거예요.
  우리는 그 자성자리는 못 보고 껍데기만 보고 ‘높다-낮다’ ‘부자다-가난하다’ 나눠서 갈등, 대립, 투쟁하고 있어요. 또 많이 가진 사람은 우쭐거리고 교만 부리고 못 가진 사람은 열등감에 빠져 비굴하게 살아갑니다.
  그래서 만법이 평등한 줄 모르면 자기도 학대하고 남도 학대하며 살아갑니다. 만법이 다 통해서 평등한 것을 알면 모든 행을 갖춰 일체를 여읨이 없이 그대로 하는데, 다만 법상을 여의어 얻을 바가 없는 것을 행한다. 얻은 바가 없어요. 그 자리는 다 평등하니까요. 본래 다 갖추어져 있어요. 그래서 부처님이 깨닫고 나서 하시는 말씀이 깨닫기 전에는 깨달을 것이 있고 얻을 것이 있는 줄 알았는데 깨닫고 보니까 깨달을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다는 거예요. 본래 다 갖춰져 있더라. 그것도 부처님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 세상 모든 만물이 다 그렇다는 거예요.

  승乘은 행한다는 뜻이지 입으로 다투는 것에 있지 않다.
‘탈 승〔乘〕’자지요. 탄다, 행한다는 뜻입니다. 입으로만 하는 게 아니고 실제로 그렇게 행한다는 것입니다.

  너는 오직 스스로 닦고 나에게 묻지 말라.”
너한테 사승이 다 있는데 나에게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너가 졸렬하면 소승도 될 수 있고, 조금 나으면 중승, 대승도 될 수 있지만, 실제 네 존재원리는 최상승 그대로 되어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 너한테 달려 있는 것이지 법에 그런 건 없습니다.
,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