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행화行化(2) 교화를 행하심  

  대사가 조계산으로 가시어 소주·광주에서 행화하기를 40여 년이었다.
  문인을 말한다면 스님과 속인이 삼오천三五千 명이라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종지宗旨를 말한다면 《단경》을 전해주어 이로써 의지하여 믿음을 삼게 하셨다. 만약 《단경》을 얻지 못하면 곧 법을 이어받지 못한 것이다. 모름지기 간 곳과 연월일, 성명을 알아 서로서로 부촉하되 《단경》을 이어받지 못하였으면 남종南宗의 제자가 아니다. 《단경》을 이어 받지 못한 사람은 비록 돈교법을 설하더라도 근본을 알지 못하니, 마침내 다툼을 면치 못한 것이다. 다만 오로지 법을 얻은 사람에게만 수행함을 권하라. 다투는 것은 승부의 마음이니 도와 어긋나는 것이다.

  대사가 조계산으로 가시어 소주·광주에서 행화하기를 40여 년이었다.
《단경》을 설한 대범사에서 조계산으로 가신 것이죠. 소주는 대범사가 있는 지역이고 광주는 그 남쪽입니다. 소주의 조계산 남화사, 광주의 광효사, 국은사 등이 육조 스님의 행화 도량이라 할 수 있는데 자동차로 한두 시간 정도 거리니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문인을 말한다면 스님과 속인이 삼오천三五千 명이라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굉장히 많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종지宗旨를 말한다면 《단경》을 전해주어 이로써 의지하여 믿음을 삼게 하셨다.
  육조 스님 이후에는 의발을 전하지 않습니다. 대신 《단경》을 전한다는 말입니다. 이 기록에 보면, 의발 전수는 육조 스님 대에서 끝났습니다.

  만약 《단경》을 얻지 못하면 곧 법을 이어받지 못한 것이다.
《단경》을 못 받은 사람은 법을 이어 받지 못한 사람입니다.

  모름지기 간 곳과 연월일, 성명을 알아 서로서로 부촉하되 《단경》을 이어받지 못하였으면 남종南宗의 제자가 아니다.
《단경》을 이어받지 못하면 남종의 제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인쇄술이 발달  되지 않아 전부 필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 《돈황본 단경》은 오자가 참 많아요. 이것도 유식한 분이 받아 썼으면 이런 오자가 없었을 텐데 무식한 분이 받아 쓴 것이 돈황굴에 있었던 것 같아요.

 《단경》을 이어 받지 못한 사람은 비록 돈교법을 설하더라도 근본을 알지 못하니, 마침내 다툼을 면치 못한 것이다.
도를 바르게 아는 사람이라면 승부심으로 다투지 않습니다. 자기 공부와 안 맞다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르게 수행하는 입장이 아닙니다.
  그래서 돈오돈수, 돈오점수, 위빠사나, 보살행, 간경 등 여러 수행방법이 있는데, 빠르고 늦다는 것뿐이지 다 불교입니다. 너무 자기 수행만 집착하다 보면 항상 감정적으로 다툼을 면하지 못하지요. 그러면 그분은 자기가 믿는 불법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입니다. 부처님은 외도가 와서 침 뱉고 욕하더라도 그것을 포용하셨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불교를 말하면서 내 것만 옳고 남의 것은 그르다 하면 불교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근본을 알지 못한다’는 말은 양변을 여의는 것을 모른다는 말입니다. 양변을 여의어 어디에도 걸리지 않고 자유자재할 수 있는 것이 근본을 아는 겁니다.

  다만 오로지 법을 얻은 사람에게만 수행함을 권하라.
여기 법이라는 것도 양변을 여읜 법입니다. 양변을 여의지 않은 사람은 수행해도 그건 수행이 아니라는 거예요. 양변을 여의는 이치를 모르는 사람이 수행을 하면 수행할수록 집착에 빠집니다. 양변을 여의지 못한 사람은 다투거든요. 그래서 양변을 여읜 사람만 부지런히 수행합니다.

  다투는 것은 승부의 마음이니 도와 어긋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도와 등진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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