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서방西方(3)   

 
  여기에 ‘서방정토를 눈앞에 옮겨 놓겠다’고 했지요. 해 놓고 ‘봐라’ 하는데 못 보지요. 위사군도 못 보고 대중도 못 보지요.
  유관 스님의 말씀대로 ‘나’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못 봐요.
  그런데, 이 대목이 중요해서 다른 판본을 찾아봤어요. 덕이본 《육조단경》에는 이 중요한 것이 아예 빠졌어요. 덕이본은 문제가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그동안《육조단경》 하면 덕이본을 다 봐왔어요. 탄허 스님이 번역한 것도 덕이본이에요. 근래에 돈황본 《육조단경》이 우리나라에 소개되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이 대목이 돈황본에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대중은 서방정토를 보아 의심이 없을 것이니까 여기서 나한테 법문 더 들을 것 없이 전부 흩어져라.
  대중이 놀라지요.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하자, 대사가 다시 이것을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설명하십니다. 즉 바로 직관해서 못 보니까 또 설명을 하는 거예요.

  “대중아, 정신 차리고 들으라. 세상 사람이 스스로 색신은 성城이고, 눈ㆍ귀ㆍ코ㆍ혀ㆍ몸은 곧 성문이니 밖으로 다섯 문이 있고 안으로는 뜻[意]의 문이 있다. 마음은 곧 땅이요 성품은 곧 왕이니, 성품이 있으면 왕이 있고 성품이 가면 왕도 없다. 성품이 있으면 몸과 마음이 있고, 성품이 가면 몸과 마음이 무너진다.
  부처는 자기 성품이 지은 것이니, 몸 밖에서 구하지 말라. 자기 성품이 미혹하면 부처가 곧 중생이고 자성을 깨달으면 중생이 곧 부처다.

  자비는 곧 관음이고 희사喜捨는 세지勢至라 하며,
자비는 관세음보살이고 대세지보살은 지혜 또는 정진이라 해석합니다.

  스스로 청정함이 바로 석가이고, 평등하고 곧음은 미륵이다. 인아人我상은 수미산이고, 삿된 마음은 큰 바다이며 번뇌는 파도이고, 독한 마음은 악한 용龍이며, 진로는 고기와 자라요. 허망함은 곧 귀신이며, 삼독은 곧 지옥이고, 어리석음은 곧 짐승이며, 십선十善은 천당이다.
  ‘있다-없다’에 집착하는 삿된 마음은 큰 바다며, 그 삿된 마음에 의해 일어나는 번뇌는 파도이고, 거기에서 삼독심이 일어나는 것은 악룡惡龍과 같고, 그런 티끌 세계 속에 아주 기진맥진 수고롭게 사는 것은 고기와 자라다.
  허망한 것은 곧 귀신이며, 삼독은 곧 지옥이요, 유무 견해에 떨어진 어리석은 것이 축생이고, 십선은 천당과 같다는 말입니다.

  인아人我상 없으면 수미산이 저절로 무너지고, 삿된 마음을 없애면 바닷물이 마르며, 번뇌가 없으면 파도가 사라지고, 독한 마음〔毒害〕을 없애면 물고기와 용龍이 없어진다.
  삿된 마음을 없애면 바닷물이 마른다 했는데 이것도 양변 여의는 걸로 보면 됩니다.

  자기 마음의 땅 위에 깨달은 성품[覺性]의 부처가 큰 지혜를 낳아 그 빛이 밝게 비추어 여섯 문[六門]이 청정하게 되고, 욕계의 여섯 하늘을 비추어 부수고 아래로 비추어 삼독을 없애면, 지옥이 일시에 사라지고 안팎이 명철해서 서방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 이 수행을 닦지 않고 어찌 저 언덕[彼岸]에 이르겠는가!”
  법좌 아래에서 설법을 듣고 찬탄하는 소리가 하늘에 사무쳤으니, 응당 미혹한 사람도 문득 밝게 알았다. 사군이 예배하고 찬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널리 원하오니 법계의 중생으로 이 법을 들은 사람은 일시에 깨달아 알지어다.”

  자기 마음의 땅 위에 깨달은 성품[覺性]의 부처가 큰 지혜를 낳아 그 빛이 밝게 비추어 여섯 문[六門]이 청정하게 되고, 욕계의 여섯 하늘을 비추어 부수고 아래로 비추어 삼독을 없애면, 지옥이 일시에 사라지고 안팎이 명철해서 서방과 다르지 않다.
  깨달은 성품의 부처란 자성 자리입니다. 그 자성 자리가 큰 지혜를 낳는 것은 ‘있다-없다’ 의 먹구름이 걷히면 해가 나오듯이 큰 지혜의 빛이 밝게 비춤을 말합니다. 그렇게 지혜의 빛으로 비춰 안이비설신의 여섯 문이 깨끗해지면 욕계의 여섯 하늘을 비추어 부수고, 아래로 비추어 삼독을 없애면, 지옥이 일시에 소멸하고 내외가 사무치게 밝아 서방과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서방세계에 가서 난 것이나 다름이 없지요.

  그러니 이 수행을 닦지 않고 어찌 저 언덕[彼岸]에 이르겠는가!”
우리가 공부하고 수행하지 않으면 어찌 저 서방정토에 가서 나겠느냐 하는 말이지요.
  또, 그 서방정토라는 것이 내외명철 된 그 자리가 서방정토이지 무슨 다른 것이 있겠느냐. 결국, ‘유심정토唯心淨土 자성미타自性彌陀’ ‘오직 마음이 정토고, 자기 성품이 미타’라는 말입니다. 이것이 육조 스님의 견해이고, 선의 입장입니다.

  법좌 아래에서 설법을 듣고 찬탄하는 소리가 하늘에 사무쳤으니, 응당 미혹한 사람도 문득 밝게 알았다. 사군이 예배하고 찬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널리 원하오니 법계의 중생으로 이 법을 들은 사람은 일시에 깨달아 알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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