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신수神秀(2)
  
신수 상좌가 이 게를 쓰고 방에 돌아와 누우니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다.
   오조 스님께서 아침에 드디어 노공봉을 불러와서 남쪽 회랑에 능가변상도를 그리려 하다가 홀연히 이 게를 보아 읽기를 마치고, 공봉에게 돈 3만 냥을 주어 멀리 온 것을 위로하면서 변상도는 그리지 않겠다 하고 돌려보냈다.

   『금강경』에 말씀하기를 “무릇 있는 바 형상은 다 허망하다” 하였으니, 이 게를 남겨 미혹한 사람으로 하여금 외워 이것을 의지해 수행하여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보다 못하다. 법法을 의지하여 수행하면 사람이 큰 이익이 있을 것이다.

   곧 오조 스님이 문인들을 다 불러 모아 게송 앞에 향을 사르게 하니, 대중이 보고는 다 존경심을 내었다. 다시 오조 스님이 말하기를 “너희들이 이 게를 외우면, 바야흐로 견성을 얻을 것이다, 이것을 의지해서 수행하면 곧 타락하지 않을 것이다.”

   문인들이 모두 외우고 존경심을 내어 “훌륭하다!”고 말하였다.

   그러니까 오조 스님이 노공봉을 데려와 남쪽 회랑 아래 변상도를 그리려다가 밤에 신수 스님이 몰래 써놓고 간 게송을 보고는 그림을 안 그리고, 노공봉에게 돈 3만 냥을 주어 멀리서 온 것을 위로하고 돌려보냈습니다.

   오조 스님은 먼저 회랑 벽에다 능가변상도와 역대 조사로부터 전법 받는 그림을 그리려 했는데, 그 벽에 게송이 쓰여 있는 것을 보시고, 『금강경』의 “무릇 있는 바 모든 형상은 다 허망하다凡所有相 皆是虛妄”는 말씀을 인용하시며 그림 그리는 것을 그만두고, 이 게송을 그대로 남겨 미혹한 사람이 이것을 의지해서 수행하면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비록 깨달은 게송이 아니더라도 수행하는 방편만 부지런히 닦아 가더라도 삼악도에는 안 떨어진다는 말입니다. 깨달은 사람이야 삼악도라는 게 없지요. 삼악도 자체가 연기현상이고,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알면 지옥에 가 있어도 지옥에 있는 게 아닙니다. 이것은 깨달은 게송이 아니고 수행하는 방법만 일러준 것이지만 이것이라도 열심히 외우고 의지해 닦더라도 삼악도에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오조 스님이 곧이어 신수 상좌를 방으로 불러 묻기를,
   “네가 이 게를 지었느냐? 만약 네가 지었다면 마땅히 내 법을 얻으리라.”

   신수 상좌가 말하기를, “죄송합니다. 실은 제가 지었으나, 감히 조사의 지위를 구하는 것이 아니니, 원컨대 스님께서는 자비로써 보아 주십시오. 제자가 조그마한 지혜라도 있어서 대의를 알았습니까?”

   오조 스님이 가로되 “네가 지은 이 게는 조그마한 견해에는 이르렀으나 다만, 문 앞에 이르렀을 뿐, 아직 안에 들지는 못했다. 범부가 이 게송을 의지해 수행하면 곧 타락하지 아니하나, 이 견해로 위없는 깨달음無上菩提을 구하고자 하면 얻지 못할 것이다. 모름지기 문 안에 들어와야 스스로 본성을 봄이니, 네가 가서 며칠 동안 생각하여 다시 게를 하나 더 지어 와서 나에게 보여라. 만일 문 안에 들어와서 스스로 본성을 보면, 마땅히 너에게 가사와 법을 부촉하리라.”

   신수 상좌는 돌아가 며칠이 지났으나 게송을 짓지 못하였다.

   앞에 도 말했지만, 신수 스님은 오조 홍인 스님하고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돼요. 열두 살 정도 차이입니다. 그리고 신수 스님과 같이 산 것은 기록에 의하면 10여 년밖에 안 돼요. 오십 세 무렵에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신수 스님이 살기는 엄청나게 오래 삽니다. 100살까지 살지요.

   오조 스님이 가로되 “네가 지은 이 게는 조그마한 견해에는 이르렀으나 다만, 문 앞에 이르렀을 뿐, 아직 안에 들지는 못했다. 범부가 이 게송을 의지해 수행하면 곧 타락하지 아니하나. … ”
   신수가 지은 게송은 조그만 소견은 났는데 그것은 문 앞에만 이르렀지 문 안에는 들어오지는 못했다. 만약 문 안에 들어왔다면 달을 본 것입니다. 비록 수행하는 방법은 정확하게 알고 있어도 그것은 아직 문밖 일이다 말하고 있습니다.

   “이 견해로 위없는 깨달음無上菩提을 구하고자 하면 가히 얻지 못할 것이다.”
   문 안에 들어와야 달을 보고 위없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만, 문밖에서는 달을 볼 수도, 깨달을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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